2026년 5월 20일 수요일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1) - 백세희

1주 "그냥 좀 우울해서요"

- 마음에 든 문장들

사람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이 컸고, 특히 낯선 상황에서 심한 불안을 느꼈지만 안 그런 척 연기도 잘했다. 그래서 괜찮을 줄 알고 자신을 더 채찍질했다. 그러다 더는 견디기가 힘들어져서 상담을 받기로 마음먹었다. 정말 긴장되고 두려웠지만 기대를 비우고 진료실에 들어갔다.
(언니로부터) 벗어나고 싶었어요. 잘못된 관계 같았거든요. 언니는 되게 모순적이었어요. 나는 되고 너는 안 돼, 이런 식? 자기는 외박해도 되고 너는 안 돼. 난 네 옷 입어도 되고 너는 안 돼. 이런 거. 그런데 완전 애증이었던 게, 언니가 너무 싫다가도 언니가 저한테 화를 내면서 관심을 끊으면 너무너무 두려웠어요.
제가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상대가 저를 만만하게 볼 거라는 생각에 좋아하는 걸 잘 티 내지도 못해요
애인이 절 사랑해주고 다 받아주는데도, 뭔가 답답함이 생겨요
의존성향 … 감정의 양 끝은 이어져 있기에 의존성향이 강할수록 의존하고 싶지 않아 하죠. 예를 들어 애인에게 의존할 땐 안정감을 느끼지만 불만이 쌓이고, 애인에게서 벗어나면 자율성을 획득하지만 불안감과 공허감이 쌓여요 … 우울함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지만 실패하고, 또 노력하고 실패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주된 정서 자체가 우울함이 된 거죠.
일탈이 필요해요
SNS에 가식적인 삶을 올리게 돼요. 행복한 척하는 건 아닌데, 책이나 풍경, 글 같은 취향을 드러내면서 특별해 보이고 싶어 하는 거죠. ‘나 알고 보면 이렇게 깊이 있고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은 것처럼요. 그리고 제 기준대로 사람을 판단하고 평가해요. 제가 뭐라고 감히 사람을 평가할까요. 너무 이상해요.
말을 해봤자 듣지 않을 거 같은 사람들은 피하는 것도 나를 위한 선택이 될 수 있어요
타인이 나를 표현하는 말에 너무 타이틀을 붙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공감을 더 잘해줘야 한다고 의도하는 순간부터는 숙제가 되거든요. 그러면 공감 능력이 오히려 떨어질 수도 있어요. 관심 없는 거에는 관심 안 보이는 것도 좋아요.
자신의 상태를 본인의 주관적인 느낌으로 굉장히 예민하고 우울하게 느끼고 있어요. 미치지 않았는데 스스로 미쳤다고 생각하는 거죠.
매번 이상화된 기준에 도달하는 걸 실패하면서 자신에게 벌을 주고 있는 거죠. 그렇게 엄격한 초자아가 있으면, 나중에는 벌을 받는 게 만족스러워지는 지경까지 갈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사랑받는 것을 의심하고 일부러 상대에게 욕을 먹을 때까지 행동하면서, 상대가 나를 포기하면 오히려 안심하는 상태까지 가게 되는 거죠. 실제 내 모습보다 밖에서 제어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요.
외모 때문에 강박감이 나오는 건 아니에요. 이상화된 내 모습이 있기 때문에 외모에 집착하는 거죠. 그 기준의 폭을 좁고 높게 만들어놓은 거예요
난 스스로에게 필요 이상으로 가혹하고, 그래서 위로가 필요하고, 내 편이 필요하다.

- 요약

그녀는 우울증을 겪고 있다. 언제부터 인지는 모르지만 상담가와 나눈 대화로 추측해 보면 어린시절부터 우울증상이 있었던 것 같다. 아버지의 가정폭력, 엄마의 무기력, 언니와의 건강하지 못한 애착관계 등등 그녀의 우울을 강화 시킨 요소들로 보인다.
그녀는 대인관계에서도 어려움이 있다. 만남도 관계의 유지도 원한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이 있다. 관계를 원하지만 의존하는 자신의 성향을 혐오한다.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필요하지만 그들과 같이 오래 있길 원치 않는다. 왜냐.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어느정도 시간이 지났을때 "뭔가 답답함"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녀는 타인의 시선과 말에 민감하다. 자신이 누군가를 좋아한다 해도 그 상대가 자신을 만만하게 볼 것 같아 좋아하는 티도 못낸다. 타인의 평가로부터 자유로워 지고 싶지만 또 그들의 높은 평가를 갈망한다: "SNS에 가식적인 삶을 올리게 돼요. ... 특별해 보이고 싶어 하는 거죠. '나 알고 보면 이렇게 깊이 있고 괜찮은 사람이다' 라는 걸 보여주고 싶은 것처럼요."
그녀는 엄격한 윤리 잣대가 있다. 그래서 공중도덕을 잘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상당히 날카로운 분노를 느낀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에 실망하고 또 죄책감을 느낀다. 스스로를 약하다 생각하고 남들도 그렇게 동조하고 있을거라는 상상을 믿고 있다.

- 느낌

주인공이 상담사와 나눈 대부분의 대화 내용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의 부재에 그 뿌리가 있어보인다. 확고한 정체성이 없으면 결국 타인에게 휩쓸린다. 그들의 눈치를 보게 되고, 그들의 목소리에 고개 숙이게 된다. 특히 전체적 관계를 중요시 하는 문화 속에서 나만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를 지키는 것이 전체의 화목을 위협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목사자녀로 자란 나는 타인들(교회성도)이 나를 표현하는 말에 타이틀을 많이 붙이며 살아왔다. 오해하지 마시라. 참 감사하게도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교회 어르신들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스스로 틀을 만들고 그 안에 나를 맞추었다. 담임목사 아들로서. 내가 생각해도 어릴때 부터 나는 그 일을 참 잘 한것 같다. 오히려 즐겼다. 그렇게 하면 칭찬도 받고 나름 부모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어 나도 목사가 되고 이 성향이 더 강화되었다. 교회 성도의 말 한마디에 신경이 곤두서게 되고, 가족을 부양하는 입장이 되니 더 눈치를 본다. 타인에 대한 실망과 나자신을 향한 자책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것 같다.

- 적용

나 자신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상담가의 조언이 마음에 와 닿는다. 나를 학대 해서도 안되고, 가혹해질 이유도 없다. 나름 괜찮은 사람이라고 나 자신에게 이야기 해 주자. 그리고 남들을 향해서도 그렇게 이야기 해 주자.

댓글 1개:

  1.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고 차분하게 나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참 쉽지 않은 것 같아요 :) 한없이 몰아붙이기 보다 나 괜찮은 사람이라고 스스로에게 위로의 말을 해주어야겠다는 부분이 참 마음이 많이 와 닿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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